계속해서 어떤 선을 지키는 것은 가혹하고 피곤한 일이다. 그리고 그 선을 지키는 것이 제품이나 조직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면 더욱 힘들어진다.
어떤 가전 회사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전열기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.
이 회사의 제품은 디자인이나 성능, 가격 등은 비교적 평범한데 안전하다는 것을 최고 가치로 삼아 오랜 기간 화재를 일으키지 않고 많은 소비자에게 사랑받아 왔다.
그런데, 십 수년만에 처음으로 해당 제품의 조립 불량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. 이제 이 회사는 안전하다는 가치를 더 이상 내세울 수가 없게 된다. 오랜 기간 문제가 없었던 제품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미디어들은 이 화재를 더욱 크게 보도하게 된다. 같은 기간 동안 다른 회사 제품들은 더 많은 문제와 화재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, 이 회사의 제품은 더 이상 사서는 안되는 위험한 제품이 된다.
이 회사는 문을 닫는다.
그리고 더 싸지만 덜 안전한, 덜 안전하지만 디자인이 좋은 전열기들이 더 많이 팔리게 된다.
전자 제품이 아니라 언론에 대해서 생각해본다.
수 많은 언론 기관이 얼마나 ‘옳음’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지 나로써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. 사소한 기사 하나라도 사실 여부와 인과 관계를 깊게 따져보고 글을 쓰고 방송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. 그리고 왜 ‘옳음’이 언론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기 어려운지 이해는 간다.
틀림, 나쁨을 유지하는 것은 옳음, 좋음을 유지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다.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사람은 다음에 말을 바꿔도, 틀린 얘기를 해도 별 피해를 받지 않는다.
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는, 잘 알겠다.